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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은 언제나 특별한 울림을 전해주곤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마루밑 아리에티’는 작은 존재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미처 놓치고 살았던 일상의 아름다움과 자연과의 공존을 섬세하게 조명해 준 작품입니다. 2010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영국 작가 메리 노튼의 소설 『마루 밑 바로우어즈』를 원작으로 하며, 이를 일본의 전원 풍경과 시골집이라는 배경 속에 풀어낸 점에서 많은 관객에게 따뜻한 감동을 안겨주었으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순위 10위권을 지키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글에서는 ‘마루밑 아리에티’가 전하는 메시지를 전원 배경의 정서적 의미, 시골집이라는 공간의 연출력, 그리고 자연을 통한 시각적 힐링으로 나눠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일본 전원이 지닌 정서와 아리에티의 세계관

    ‘마루밑 아리에티’의 주요 배경은 일본 교외의 전원 시골집입니다. 도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조용한 자연 속에서 병약한 소년 쇼가 요양을 위해 외할머니 댁에 머물면서 시작됩니다. 이 시골집의 마루 밑에는 작고 조심스럽게 살아가는 소인족 가족이 살고 있는데 바로 아리에티와 아빠 엄마 세명으로 구성된 가족입니다. 소인족의 외동딸이 주인공인 아리에티입니다. 아리에티가 사는 세계는 인간 세계의 축소판 같지만, 더 섬세하고 조용하며, 무엇보다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된 삶의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전원 배경은 흔히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설정되는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리에티가 엄마에게 줄 각설탕을 가지러 갔다가 우연히 쇼에게 발견되면서 둘은 처음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쇼가 아리에티를 처음 발견하는 장면에서 보이는 쇼의 놀라움과 동시에 전해지는 저녁시간 주변의 자연의 소리와 고요함은 마치 관객에게도 '다른 감각을 깨우라'라고 말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영화는 전원 풍경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등장인물의 내면 감정을 투영하는 정서적 장치로 사용하고 있으며, 캐릭터가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햇빛, 바람, 계절 등을 유기적으로 활용합니다. 이러한 연출은 일본 전통적인 정서인 ‘여백의 미’, 고요함 속에서의 감정 전달이라는 테마와 맞닿아 있으며, 관객으로 하여금 '바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잠시 멈추어 바라보게 만듭니다.

    2. 시골집이라는 공간이 담아낸 감성과 상상력

    ‘마루밑 아리에티’에서 시골집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마치 하나의 살아 있는 캐릭터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나무로 된 벽과 다다미 방, 삐걱거리는 계단,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 등은 일본 전통가옥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으며, 관객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인족의 시각으로 본 세상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찻잔, 설탕 한 조각, 재봉틀 같은 물건들이 그들에게는 모험과 생존의 도구이자 세계의 전부로 나옵니다. 이처럼 시골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은 관객에게 작은 시선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보는 법을 제안해주고 있습니다. 공간 구성 또한 탁월한데요. 시골집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허물어진 구조로 설계되어, 아리에티가 바깥세상을 오가며 인간과 접촉하게 되는 데 무리가 없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루 밑, 벽장 뒤, 정원과 이어지는 창문, 빗물받이 통 등은 모두 공간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집 안을 직접 탐험하는 듯한 체험을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또한, 아리에티의 가족이 인간과 부딪히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다양한 도구들—바늘, 실, 머리핀 등—은 상상력의 극대화를 가능하게 하며, 그 속에서 캐릭터의 지혜와 적응력이 돋보이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공간 연출은 단순히 ‘작은 존재’의 시점을 넘어서,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태도를 관객에게 제시합니다.

    3. 자연이 가진 시각적 아름다움과 치유의 힘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자연을 그리는 방식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루밑 아리에티’는 그중에서도 자연미에 있어 가장 섬세하고 현실적인 묘사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비 내리는 소리, 나뭇잎 사이를 파고드는 햇살, 풀벌레의 움직임 하나까지도 디테일하게 담아내며, 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감정을 담아내는 시각적 장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리에티의 시점에서 본 자연은 우리가 평소에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데, 풀 한 포기, 이슬 한 방울까지도 장엄하고 생명력 넘치는 세계로 재구성되어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은 단지 시각적 쾌감에 그치지 않고, 관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몰입감을 제공해 주기 충분합니다. 현대 사회의 속도감과 자극에 지친 이들에게 ‘마루밑 아리에티’는 한 템포 천천히 숨을 고르며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합니다.

    또한, 자연은 이야기 전개에도 중요한 역할로 작용합니다. 정원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 폭우 후 물의 흐름, 쥐나 고양이 같은 동물과의 만남 등은 모두 소인족 아리에티의 감정 변화와 성장에 기여하며, 인간과 자연, 그리고 다른 존재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기 충분합니다. 자연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닌 이야기의 주체로 기능하며, 이를 통해 지브리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관객에게 끊임없이 되새깁니다.

    ‘마루밑 아리에티’는 크고 거대한 서사나 극적인 전개 없이도 잔잔한 감동과 깊은 사색을 선물하는 작품입니다. 전원의 고요함, 시골집의 따뜻한 공간, 그리고 자연이 들려주는 속삭임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작은 것들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현대인의 피로한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고 싶을 때, 이 애니메이션은 그저 눈과 귀로 즐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위로하는 감성 콘텐츠로 작용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좋고, 어른이 된 지금 혼자 보기에도 더 좋습니다.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 속에서 발견하는 진심, 그것이 바로 ‘마루밑 아리에티’가 지닌 힘이며,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인 거 같습니다.

     

    마루밑 아리에티 리뷰